2020년 4월 1일

서울미술고 신임 이장복 초빙 교장 인터뷰

이장복 서울미술고 교장

국내에는 미술 전문 고등학교가 한 곳 있다. 1960년대 천막학교로 시작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고가 그 곳이다. 힘든 시절을 오롯이 신념 하나로 오늘에 이른 서울미술고가 시대에 맞춰 전문성을 살린 미래형 자율학교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 4월 교장을 초빙했다. 이장복 신임 교장은 1988년 서울미술고(당시 서울예림미술학교) 실기강사로 시작해 미술부장을 거친 서울미술고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신임 교장의 학교 운영 및 비전을 들어봤다.

서울미술고 교장으로 지난 4월 초빙됐다. 기분이 어떠한가?
30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쌓아온 학교관, 예술관, 교육관 등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기쁘면서도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교감을 거치지 않아 행정적 부분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고, 학교가 현재 처한 상황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책임도 있다. 부임하자마자 능력이 시험대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직원 등 학교 관계자와 소통을 바탕으로 학교를 이끌어가려고 한다. 주어진 임무를 생애 마지막 천명이라는 생각하고 있다.

서울미술고는 국내 유일 미술전문 고등학교이다. 어떤 철학으로 학교를 운영할 계획인가?
미술을 포함한 예술은 ‘사회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 행위자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예술가의 행위가 얼마나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가에 더 핵심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리 학교는 이러한 철학 아래 ‘생각하는 미술’ 교육을 실천해 왔다. 생각하는 미술이란 현재 우리의 미술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해 보고 바꿔보자’는 뜻이다.

가르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작년까지 직접 수업을 했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학교시설을 미술 전문학교답게 디자인하려 한다. 인간에게 영감을 주고 삶을 고양하는 학교로 리빌딩하고 싶다. 미술은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고 작품의 모티프가 된다. 그런 면에서 예술학교 시설은 그 어느 학교보다 중요하다. 학교 구석구석을 ‘예술 학습공간’으로 만들려 한다.

생각하는 미술을 실행할 수 있는 본교만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동안 ‘인문정신으로 본 미술’, ‘인간과 미술’, ‘사회와 미술’ 등 기술적 측면을 벗어나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교육과정을 일부 운영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사회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미술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또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한다. 미술에선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는 것과 사고의 확장이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이 확산돼 국가 간에 장벽이 없다고는 하지만, 직접 보고 느끼고 겪어야만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 학교와의 협력, 국제반 개설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임기 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클린 서울미술고’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종일 미술 재료와 함께 보낸다. 재료가 몸에도 묻고, 옷에도 묻고 심지어 머리카락에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환경 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인체에 무해하지 않다. 학생들은 물론 모든 교직원에게 미술재료 성분과 유해성 그리고 올바른 재료 사용 및 처리 방법을 정확하게 알리려 한다. 지난 4월부터 물감 등이 많이 묻어 있는 실습용 앞치마 착용을 금지하고 손씻기 홍보, 실기교사 대상 재료학 강의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 경영에서의 클린도 강조한다. 우리 학교는 지난해 교육청 감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지적되었다. 지난 감사를 학교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모든 교직원이 이에 동참하고 ‘보다 클린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장복 신임 교장은 틈틈이 학교 교정을 둘러보며 학교 운영 구상을 한다고 말했다


학교 자랑을 한다면?

우리 학교는 역동적인 학교다. 미술을 전공하는 600명의 학생과 50여명의 미술교사 간 ‘예술 담론‘이 끊이질 않는다. 학교 어디에서든 미술에 몰입하고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가 진정한 미술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교장이 된 이후 학생상담을 직접 하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우리학교 교사들이 젊어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한다.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선배 같은 편안함도 있다고 하더라. 학생들이 교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니 교정은 늘 대화와 웃음소리로 충만하다.

미래사회에 대비해 미술 전공 학생들에겐 어떠한 역량이 필요한가?
시대마다 미술 패러다임은 변화를 거듭했다. 오늘날 미술은 18세기에 태어난 것이다. 전 시대에는 미술이 아니었던 것이 오늘날 미술로 거듭났듯이, 오늘날 미술이라고 하는 것을 미래에는 미술로 취급하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에, 학생들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기술을 중시하는 기능적 측면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학생을 양성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미술고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예술은 패러다임 전환의 주역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예술가가 나타나면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바로크 시대의 렘브란트와 고야, 19세기에는 쿠르베와 인상주의 화가들, 20세기 초에는 피카소와 마티스가 그러 했고, 최근에는 앤디 워홀과 백남준이 그러하다.

앞으로도 누군가 예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나는 바로 그 누군가가 서울미술고 출신이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예술의 본원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미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세계일보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입력 : 2018-05-18 10:01:13      수정 : 2018-05-18 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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